매일 쓰는데 대시보드를 다시 연다
글쓴이 박준영 · Callva 대표

CS 운영을 대행하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가 맡은 이커머스 브랜드 한 곳이 야간 전화를 AI에게 넘겼다. 낮에는 사람이 받고, 밤에는 AI가 받고, 결과는 채팅 상담 도구로 인계된다.
9월 3일 통화에서 대행사 담당자가 말했다. "매일 사용 중이에요."
이 말을 들으면 안심하게 된다. 그런데 같은 통화에서 이 말도 나왔다. "이제 최대한 대시보드로 안 넘어가게끔 돼야 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나
밤에 AI가 받은 전화가 아침에 상담 도구로 넘어온다. 담당자가 그걸 열어 본다. 그런데 손님이 뭘 원하는지 한 번에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대시보드를 다시 열어 통화 요약이나 녹음을 확인한다.
즉 AI가 밤에 절약한 시간의 일부가 아침에 담당자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매일 쓴다는 건 사실이고, 매일 두 번 열어 본다는 것도 사실이다.
상품 정보가 이미지 중심이라 AI가 참고할 문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손님이 "그 상품 사이즈가 어떻게 돼요"라고 물으면 AI가 답할 텍스트가 없다. 그러면 접수로 끝나고, 아침에 사람이 다시 본다.
대화의 끝은 이 질문이었다. "코스트가 얼마나 더 다운이 되는가." 해결률과 절감 수치를 달라는 요구다.
내가 잘못 세고 있던 것
나는 통화 건수를 세고 있었다. 야간에 몇 통을 받았는지, 그중 몇 통이 접수로 남았는지. 이 숫자로 보면 제품은 잘 돌아간다.
고객이 세는 것은 달랐다. 아침에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 건수, 그 확인에 드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빼고 남는 절감. 우리 대시보드를 다시 여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 절감을 깎는다.
"대시보드로 안 넘어가게"라는 요구는 기능 요청이 아니라 성공 기준의 정정이었다. 인계된 요약 한 줄만 보고 담당자가 다음 행동을 시작할 수 있으면 성공이고, 그러지 못해 우리 화면을 열면 실패다. 얼마나 자주 열리는 화면인지가 지표가 아니라, 얼마나 안 열려도 되는지가 지표다.
아직 안 풀린 것
완료의 단위가 통화인가, 사람이 바로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결과인가. 다른 업종의 고객들도 같은 말을 다른 문장으로 했다. 이사·시공 플랫폼은 새 화면 대신 "기존 스프레드시트에 고객 ID별 결과가 남아야 한다"고 했고, 소량 B2B 상담 문의는 AI 1차 상담 뒤 내부 상담자 인계를 원했다. 업종이 달라도 "결과 인계"라는 요구는 같다. 다만 이 요구가 실제 결제를 만든 사례는 아직 없다.
야간만 받는데 전체 해결률을 말할 수 있나. 이 고객은 야간에만 착신을 건다. 낮 통화는 우리가 모른다. "CS의 몇 %를 자동으로 해결했다"는 문장은 이 구조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사람의 재확인 시간을 누가 재나. 절감을 증명하려면 재확인 건수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은 대행사 담당자의 하루 안에 있다. 우리 시스템 밖이다.
이 사례가 바꾼 것
9월 5일에 대행사에 정책 확인 요청 여섯 가지를 메일로 보냈다. 어떤 문의를 AI가 끝내도 되고, 어떤 문의는 접수만 하고, 인계 요약에 무엇이 들어가야 담당자가 다시 열지 않는지. 이 답이 와야 요약의 형식을 고칠 수 있다.
그리고 인계 요약의 기준을 바꿨다. "무슨 통화였는지"가 아니라 "담당자가 지금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첫 줄이어야 한다. 그 줄만 보고 행동할 수 있으면 우리 대시보드는 안 열려도 된다.
이 고객에게 우리가 얼마를 받는지는 아직 장부에서 귀속이 안 됐다. 8월 중순에 오간 가격은 초안이라 매출로 세지 않는다.
박준영 — Callva 대표. 전화로 들어오는 일이 실제로 닫히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